2012/03/26 09:19

120325 근황 (비)일상


120322 Freiburg im Breisgau

매 학기 있는 세미나 주. 이번 학기에는 학교 프로그램에 참석하지 못했다. 언제나처럼 가고 싶은 마음은 충분했지만, 갈 수 있는 인원에는 제한이 있어서, 이번엔 운이 없게도 뺑뺑이에서 떨어져 버렸다. 쓸데없이 부연하자면(여행과 부질없는 목적지들이 떠다니는 이야기는 항상 즐거우므로), 첫째 지망은 핀란드로 떠나는 알바 알토 투어였는데, 들어가기 위한 경쟁률이 너무 높았다. 사실 핀란드 썼다가 떨어진건 이번이 벌써 두번째다. 항상 한반 씩은 나오는데 인연이 쉽게 닿질 않는다. 두번째 지망은 무려 브라질의 상파울루였는데. 역시 떨어졌고. 한편으로는 안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좀 든다. 요새 내 사정으론 너무 멀고 거창한 원정이다. 되면 가고 안되면 말고. 안돼서 말았다. 그래서 저번 주는 본의 아니게 일주일간의 휴가. 라지만 원래는 아무데도 안 됐으니 나 혼자라도 어디라도 가야겠다는 마음이었고 사실 그 목적지도 있었는데, 상트 페테스부르크에 친구가 있어서 이참에 다녀오려고 했었더랬다. 그런데 이래저래 비자부터 해서 준비할게 너무 많아서 일정을 맞추지 못했다. 그래서 당분간 러시아도 보류(언젠간 반드시 간다). 집에 있으려니 좀이 좀 쑤셔서 막간을 틈타 일박이일 일정으로 스트라스부르와 프라이부룩에 다녀왔다. 여기는 완연한 봄이다. 별 욕심 없이 한량 컨셉으로 가서 지겨울때까지 햇볕 쐬고 왔다.



120321 Strasbourg

블로그가 정말 뜸했다. 일단 학기 초에는 정말 너무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다. 심하게 할일이 많았다. 이제야 약간 한숨 돌리는 것 같은데, 간만에 한가해지니까 이번엔 끝없이 풀어진다. 사실 아직도 진행중인데, 요샌 뭐 도무지 어떤 것에도 의욕이 잘 생기지 않는다. 사실 지금 해야 할 일의 리스트를 적으라면 열개도 넘게 적을 수 있지만, 당장 급한 일들은 아닌터라 어떤 일에도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이게 쌓이고 쌓이면 조만간 엄청나게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그렇다. 갑작스런 여행에는 이런 생활에 어떤 [매듭]이 필요했다는 핑계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쩄든 부끄럽지만, 이런 여행마저 감행하지 않았다면 그냥 아무일 없이 집에 쳐박혀 있었을 터였는데 그나마 여행이라도 다녀왔다. 간만에 좋은 구경 많이 하고(이제 여간해서는 잘 놀라지 않지만, 대성당은 역시 명불허전이었고 팔레 로앙에 있는 보자르 미술관도 별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예상외로 꽤 즐거웠다), 맛있는 것도 먹고(2012년 최고의 식사가 삼월에 이미 결정난 듯), 잘 놀다 왔다. 일단 이렇게 운이라도 띄워 놓고 자세한 이야기는 다시 쓰리라. (과연?)



120303 120307 Galway

학기 시작하자마자는 아일랜드에 다녀왔다. 이번 설계반 싸이트가 아일랜드 서쪽 해안의 도시 골웨이여서 반 전체가 닷새동안 싸이트 답사를 했다. 사실 이것도 말하자면 긴데, 답사와 조사 자체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이라, 그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답사는 아니었고, 각자가 하나씩의 주제를 가지고 (그러니까 각각 굉장히 지엽적인, 내 경우에는 골웨이의 지질학이 주제였다) 아일랜드에 있는 동안 그 주제를 붙들고 있느라 이를테면 관광 따위와는 거리가 먼 여행이었다. 그래도 오며가며 처음 가본 장소-아일랜드-에 대한 분위기는 익힐 수 있었던 것 같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아니 오히려 주제가 지엽적이었기에 역설적으로 장소를 더 잘 알게 된 것 같은 느낌도 좀 들었다. 한편, 있는동안 기네스 한짝은 마신것 같다. 여기 사람들 음주가무를 좋아하고 엄청나게 수다쟁이고 이래저래 뭔가 한국 사람들이랑 공유하는 정서가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일단은 술과 노래를 좋아하고 말이 많다는 점에서? 



120222 설계

이번 학기는 다시 설계를 한다. 이번학기 스튜디오는 영국 건축가 톰 에머슨. 사실(역시?) 가장 가고 싶었던 반은 아니었고 두번째로 가고 싶었던 반으로 가게 되었다. 지난 두번의 설계가, 그리고 이번에 원래 가려고 했던 반도 작업량으로 학생들 말려 죽이는 것이 특징이었다면(지옥문으로 자진해서 기어들어가기), 이 반은 상대적으로 널널한 걸로 유명하다. 사실 어디서 어떤 설계 작업을 한들 감히 널널하다라는 표현이 가당하기나 하겠냐마는 이를테면 여기서는 적어도 애들을 들들 볶지는 않는다는 건데. 어쩌면 [압박없이 작업없는] 내가 지내기에는 이런 반이 더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아 어쨌든 앞에 썼듯 계속 뭔가 늘어지는데 이러면 안될 것 같다. 다시 힘을 내야 할 텐데. 설계도 설계지만 정말 큰 도전(?)은 이번 반은 완전히 영어로 진행된다는 거다. 일단 교수가 독어를 못하고. 이인 일조 작업인데 나랑 같이 작업하는 친구가 인도에서 온 교환학생이라 독어를 전혀 못한다(영어는 참 잘한다). 내쪽의 사정은 한국 영어 교육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로 완전한 절름발이 영어에다가(도무지 말하기가 힘듬) 독어까지 배우면서 완전히 뒤죽박죽이 되어서 정말 안습인 수준인데. 항상 그랬듯 이 반에 와서도 언어는 가장 떨어지는 학생인 것 같다. 스위스 애들 영어 소름끼치게 잘한다. 뭐 하여간 위기는 기회라고 이번 학기는 영어를 빡세게 공부해야겠다는 각오는 했으나. 자꾸 각오에서 끝나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사실 맘만 먹으면 영어 익히기에 이보다 좋은 기회가 없을텐데. 아니 정말 당분간은 이런 기회를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 매일 영어로 토론하고 수시로 영어로 발표하고... 하여간 잘해야 한다. 후.



120311 방 정리 대략 완료

시험 끝나고 일주일의 방학 동안 이사를 했다. 취리히에 온 후로 (벌써!)두 해나 살았던 방을 떠나서 새 방을 찾았다. 전에 쓰던 방은 지내기에 정말 이상적인 장소였는데 딱 한가지가 부족했으니, 너무 비쌌다. 이 도시는 집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당시에는 일단 급한대로 구한 집에서 살고, 다시 싸고 적당한 방을 찾는대로 이사한다는 계획이었는데 그렇게 저렇게 그 방에서 네 학기나 살았던 것이다. 지금 구한 방도 마침 아는 분이 급히 이사한다기에 바로 냉큼 들어가서 얻게 되었다. 이 방은 전에 살던 방의 반절만하고 학교와의 거리는 두배이다. 대신 방세는 전에 살던 방의 삼분의 이 수준인데 아마도 취리히에서 구할 수 있는 방 중에 가장 싼 축에 속할 것이다. 어차피 방이 작아도 혼자 살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고 오히려 아늑하고, 학교와의 거리라 해봤자 대중교통으로 30분이면 닿으니 좁고 먼 것은 단점이라기 보다는 이제야 적절한 방을 찾았다고 할 수 있으리라. 나까지 세명이서 아파트를 나눠 쓰는데 뭐 그런 생활도 이래저래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라지만 다들 바빠서 얼굴보기 쉽지 않다ㅎ). 전에 있던 방은 가구까지 완비되어 있어서 몸만 들어가 살았는데 이 방은 아무것도 없어서 가구를 새로 다 샀다. 결과적으로 방이 이케아 쑈룸처럼 되었다. 비용의 측면에서 다른 대안이 없더라. 이쁜 의자 하나 정도는 살수 있지 않을까 하고 비트라 홈페이지 뒤져 봤는데 거기서 달랑 의자 하나 살 돈으로(그리고 아주 약간의 과장을 더해) 나는 책꽂이 두개와 책상과 침대와 옷장과 이불과 배게와 그 밖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기타 등등을 샀다. 그래도 나름 가구 제원 보고 캐드 도면까지 쳐가면서 오래 궁리한 결과다. 근데 너무 치수를 딱 맞췄더니 방이 가구로만 이루어진 것 같다. 아 참고로 책상 의자는 이케아가 아니라 취리히의 중고가구점에서 업어왔는데 20프랑이나 줬던가? 꽤 맘에 든다 근데.  



120225 이사중 ㅎ

이맘때의 생활을 잘 보여주는 사진이 아닐 수 없다. 방의 상태와 내 마음의 상태가 일치하던 시절이었다. 이월 중순부터 이사를 미련하게 했는데, 시험 끝나자 마자 거의 모든 짐을 혼자 차근차근 대중교통으로 옮겼다. 도시 끝에서 끝까지 대략 일곱번 정도 왕복했나? 그 때는 아직 시험결과 나오기 전이어서, 허한 마음에 이사짐만이 가득했다. 할건 없는데 시간만 많았고. 처음 올때는 케리어 가방 하나 끌고 왔는데 사는 동안 짐이 참으로 많이 증식했다. 짐이 많으면 고달파지는건 당연지사겠지. 하여간 이제 정착하고 되도록 이사는 하기 싫다. 인턴도 바락바락 취리히에서 할 거다.



120110 아이폰

결국 샀다. 작년 십이월에 샀으니 벌써 네달이나 썼다. 어차피 프리페이드 번호로 쓰고 와이파이 되는 곳에서만 인터넷을 쓸 수 있어서 생활이 혁명적으로 스마트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주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그리고 생활이 집 아니면 학교이기 때문에 거의 항상 와이파이가 되고). 이렇게 좋을 줄 알았으면 좀 진작 살걸 그랬다. 가장 많이 쓰는 기능은 카메라.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카메라가 필요했는데 4S 카메라 기능은 엔간한 똑딱이 부럽지 않을 정도인 것 같다. 그밖에 시험공부할때 사전으로도 너무 잘 써먹었고 요새는 강의 녹음도 이걸로 한다. 등하교길에 트윗도 읽고 신문도 보고(미리 다운받아놓고 움직인다). 메모장도 유용하고. 오히려 전화나 문자 기능은 사용하는 빈도로 보면 정말 미미한 듯.

덧글

  • 준영 2012/03/26 10:02 # 삭제 답글

    건축인의 가구는 역시 하얀색인가ㅋ
  • 서연 2012/03/26 10:18 #

    꼭 그럴 필요는 없는데 이케아에서 저 씨리즈가 그냥 톱밥 뭉친거에 페인트 분무한거라 흰색이 그나마 낫더라고. 나름 재료의 진실을 반영하는 마감이랄까. 다른 대안으로 같은 가구에 표면 처리와 색상만 달라서 마치 원목인 양 나무 무늬 모방해논 것도 있었는데 그건 정말 너무 싸서 차마 눈뜨고 볼수가 없더라고. ㅋㅋㅋ
  • 서연 2012/03/26 11:18 # 답글

    아 그나저나 바뀐 주소는
    Hirzenbachstr. 4
    8051 Zürich
  • 김계옥 2012/03/27 00:07 # 삭제 답글

    혼자서 이사하느라 고생했다. 가구의 역할이 대단하네. 방이 깔끔하게 정리되었으니 어수선했던 마음도 이제 깔끔하게 정리하고 다시 출발!
  • 서연 2012/03/27 06:52 #

    감사합니다, 그래야죠.
  • 원석 2012/03/28 12:30 # 삭제 답글

    잘 지내는것 같구만. 형이 최첨단 전화를 쓴다니 옛날 그 폴더폰이 생각나서 빵터졌음 ㅋㅋ 그나저나 2년이 지났구만 시간참 빠르오~~
  • 서연 2012/03/29 02:24 #

    그러네, 저번 여름에 갔을떄도 못 봤으니.. 잘 지내고 있나? 어떻게 지내고 있는감.
    그나저나 아이폰 한국에 가져가면 심카드 바꿔서 계속 쓸수 있는건가? 빨간 폴더폰 탈피해야 하는데. ㅎㅎ
  • 2012/03/29 14:1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서연 2012/03/30 08:04 #

    안그래도 페북에서 얼핏 본거 같아서. 정말 거기 있구나. ㅎㅎ 슬슬 덥겠다. 고생이 많겠으.. 카톡 등록했어. 간간히 안부 지내며 살자.
  • 손 군 2012/03/31 13:19 # 삭제 답글

    엇 이사하셨네요! (제 숙소도 더불어 ㅋㅋ)
    그나저나 가죽재킷 멋지네요 ~
  • 서연 2012/04/05 23:18 #

    숙소의 관점에서 본다면 더 안좋아졌지. 방이 엄청 좁아졌으니까. ㅎㅎ
    감사!
  • 유연 2012/04/09 11:41 # 답글

    사진이 점점 더 대박인데ㅋㅋㅋ특히 저 스트라스북 사진 구성은 크 내가 참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양쪽에 하늘 남겨두는 정도하고 성당의 형태나 압도적인 색감으로 꽝하고 가운데 할애하는 공간, 그리고 상승하는 성당의 운동감을 밑에서 수평으로 탁하고 잘라주는 것 굳샷
  • 서연 2012/04/10 04:56 #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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